교회에 오기 전, 독실한 불교 신자였다.
일반적인 불자가 아니라 수요법회, 토요 철야기도, 대보름 법회를 꼬박꼬박 나갔고, 학업에 치이거나, 아르바이트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저녁에 절에 가서 기도를 드리며, 마음을 풀고 오기도 했다. 다니던 절은 여느 절과 다르게 특이한 점이 있었다. 불상이 하나도 없었고, 부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창조주이면서우주의 주인인 ‘연불님’ 이라는 존재를 믿었다. 어떻게 보면 하나님인 셈이다. 법회는 큰 스님이 작사, 작곡한 곡으로 합창단이 영광을 돌린 후 큰스님이 말씀을 전해 주시고 마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기독교의 예배형식과 유사했다. TV 프로그램에서 우리를 사이비라고 했지만, 나와 어머니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내게는 어릴 때부터 남들에게는 말 못 할 고민이 있었다.
‘죽음’이 너무나 두려웠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 우는 날도 있었다. 중학교때는 문득 ‘나도 언젠가는 죽겠지.’라는 생각이 들면 수업 중에도 눈물이 솟구쳤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크다 보니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드라마를 보다가 ‘이렇게 드라마가 끝나듯이 내 삶도 언젠가는 끝나겠지? 죽으면 내가 알던 사람들과도 다 헤어지고 기억조차 못 하겠지?’라는 생각에 하염 없이 울기도 했다. 절에서 아무리 기도를 올려도 도저히 풀리지않는 문제였다. 너무 괴롭고 고통스러워서 친한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죽는 게 뭐가 두려워? 나는 병원에 실려 가서 아픈 게 더 무섭던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면, 엄마는 윤회할 테니 걱정 마라 하시고, 아빠는 깊이 생각하지 않으시고 웃기만 하셨다.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이왕이면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역사에 한 획이라도 긋고 죽자.’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달래 보기도 했지만, 전혀 위안이 되지 않았다. 불교 서적, 도교 서적을 찾아보면서 해답을 찾으려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대학교 전공특성상(OO외대 이란어과) 이슬람교에 대해 배우고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서울에서 혼자 대학생활을 하다 보니, 밤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노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래도 외로움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더 심해졌다. ‘갖가지 경험들을 많이 해 보면 해결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잘못된 길을 가고 있었다. 밤새 친구들과 놀다가 외박하는 날이 잦아졌다. 클럽에 놀러다니기 일쑤였다.
어느 날은 고급 나이트클럽에 갔다.
그런 곳은 난생 처음이었다. 하룻밤 사랑에 목마른 남녀와 그들에게 둘러싸 여 있는 유명 연예인들도 보았다.‘내가 지금 여기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에 두려움이 엄습했다. 빠져나오려 하는데, 어떤 남자가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고, 두려움만 가득했다. 그래서 그동안 내가 믿었던 창조주를 찾았다. ‘저 좀 살려 주세요! 저 살고 싶어요! 제발 살려 주세요.’ 그러자 그 남자에게서 풀려났고, 지나가던 택시를 붙잡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절에서 기도드리며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이때부터 하룻밤 사랑이 아닌, 진정하고 영원한 사랑에 대한 갈망이 생겼다.
이 세상에 영원하고 참된 사랑이 있다면 그 사랑을 하게 해 달라고, 그 사랑의 주인공이 내가 되고 싶다고 기도했다.
얼마 후 우연히 만난 선배 언니가 영혼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호기심이 생겨 성경말씀을 듣게 되었다.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정말 심해서 성경을 배운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지만, ‘이번 기회에 모든 종교를 한번 배워 보자.’ 하는 마음으로 계속 말씀을 들었다. 단순한 흥미로 들었던 말씀이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은혜와 감동으로 주님께 이끌려 갔다. 내 인생을 좌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서 기도를 했다. “전 아무것도 결정을 못합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인도해 주세요.” 한 달 동안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간절하게 기도드렸다. 교회를 다니는 것을 눈치챈어머니가 교회를 못 가게 하셔서, 심란해지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더 기도했다.한 달의 기도가 거의 끝나갈 무렵, 내 마음속에서 ‘주님을 한번불러 봐.’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날부터 밤마다 일기장에 주님께드리는 편지를 썼다. “제가 주님을 사랑할 운명이라면 제발 깨닫게 해 주세요. 주님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요.” 이런 내용으로 일기를 채웠다.
그리고 며칠 뒤, 교회에 갔는데 그날따라 아무도 없었다.
단상에 예수님 사진만 밝게 빛나고 있었다. 장의자에 앉아서 기도를시작하자마자, 마치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것처럼 눈물이 쏟아졌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눈을 꼭 감고 기도를 했는데, 내 앞에 주님께서 서 계신 것이 느껴졌다. 주님이 나를 향해 비추시는빛은 너무 강렬해서, 머리가 뜨겁고 눈이 부셔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내가 간절하게 찾던 사랑이 바로 주님이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룻밤 흔적 없이 사라지는 사랑이 아니라, 영원하고 진정한 사랑을 이루는 주인공이 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날 이후로 내 삶은 180도 바뀌었다.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죽음’에 대한 공포를 벗어나 참된 사랑으로 이끌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